요새 다시 맷 데이먼에 올인하면서 '본 시리즈'를 리뷰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제이슨 본과 세 명의 여인들'로 잡고 보고 있다. '본 시리즈에 여자들?'이라고 하면 이 세 명을 한꺼번에 떠올리는 사람이 드물다. 여기 취향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세 여인은 1. 마리 2. 니키 3. 팸
이 세 여인은 모두 쭉쭉빵빵 절세미녀와는 거리가 먼 개성 넘치는 타입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취향'에 다라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잊을 수 없는 유일한 사랑', '나를 잘 아는 동료같은 사람',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의 누님'. 이 세 가지 모에타입을 보여준다. 그녀들은 묘하게 영화 속 제이슨 본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으며 진심으로 그를 도우려고 현실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상세한 사항을 살펴보겠다.
1. 마리
풀네임은 마리 헬레나 크류츠. 배우는 프란카 포텐테. 74년생 독일인. 그녀를 기억하는가. 바로 '롤라런'에서 빨강머리를 하고 세 가지 버젼의 스토리에 따라 달리고 또 달리는 그 아가씨다.
본 슈프리머시 초반에 살해당한 후 등장하지 않지만, 처음에 '상황 돌아가는 게 아직 파악이 안 된' 어리버리한 제이슨 본을 차에 태우고 파리까지 가 주시는 역할을 한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겠어요? 당신이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인데."
기억상실에 시달리는 제이슨 본이 이 대사를 날릴 때 딱 하고 감이 왔다. 여자를 사로잡는 대사다. 나중에 그녀의 머리를 직접 염색해주고 잘라주기까지 하다가 진행되는 키스신은, 본 시리즈에서 드물고 드문 애정신인데, 섹스 장면이 등장하지 않고도 저렇게 에로틱할 수 있구나 싶었다. 동생의 집에 얹혔다가 도망친 후에 제이슨이 준 돈으로 지중해에서 스쿠터 대리점을 하며 지내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제이슨이 그녀를 찾아내고 둘이 끌어안으면서 끝난다. 둘이 끌어안을 때 뒤에 제이슨이 돈을 넣어서 준 빨간색 가방이 꽃바구니로 치장된 게 보이는데 그 때 참 많이 웃었다. 본 슈프리머시에서 제이슨과 인도에서 함께 살다가, 세상 끝까지 쫓아오는 트레드스톤에 의해 제이슨 대신 총을 맞고 물 속에 수장된다.
맷 데이먼은 달리는 씬이 많은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롤라런에서 죽도록 달린 프란카 포텐테의 '예쁘게 달리기 특훈'을 받았다고 한다. 냐하하 귀여운 맷!
항상 약간 집시풍으로 옷을 입는데, 인도에서 죽기 직전에 입었던 토속적인 옷과 금발머리가 참 예뻤다. 롤라런에서의 패션이 더 대단하지만.
2. 니키
배우는 줄리아 스타일즈. 81년생 미국인. 제법 매니악을 갖춘 배우인데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에서 상당히 귀여웠다. 개인적으로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라는 영화를 더 좋아하는데, 이 언니, 원래 발레했던가, 댄스실력도 상당했었다.
트레드스톤 요원으로 나오는데, 소극적으로, 또는 제이슨의 협박에 의해 그를 돕게 되고, 그의 파일을 관리한 사람으로서 제이슨이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데에도 한 역할을 한다.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적극적으로 그를 돕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 이 때 마리의 머리를 직접 염색하고 잘라주던 제이슨이, 니키가 혼자 머리를 염색하게 둔 것을 보고 마음이 참 안좋았다. 그녀도 대화 중간에 잠시 나오지만, 예전에 제이슨과 뭔가 썸씽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너와 함께 일할 때... 힘들었어' 라고 말하는데 우리의 눈치 없는 제이슨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딱딱 받아들이기 때문에 별 신경을 안 쓴다. 하지만 본 슈프리머시에서 자신과 베를린의 관계를 물으며 협박하던 제이슨은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전까지 girl in Paris라고 말했었는데, 도대체 그가 어떻게 그녀의 이름을 알았을까, 역시 기억 속에 있었나, 싶었다.
본 얼티메이텀 마지막에, 여기저기 도망다니던 니키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제이슨 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도에 씨익 웃을 때는 정말 귀엽다. 제이슨이 싸우다가 불리할 때 도와주기까지 하는 생존력도 대단한 역할이다. 늘 걸치는 청색 올굵은 목도리가 인상적이고 롱코트가 참 잘 어울린다.
3. 팸
풀네임은 파멜라 랜디. 배우는 조앤 알렌. 무려 56년생 미국인. 패이스 오프에서 존 트라볼타의 와이프인 의사로 나오는 바로 그 언니다.
CIA 소속인데 트레드스톤에 대해서 모르다가, 제이슨이 자신의 요원을 살해했다는 오해에 따라 테크트리를 밟다가 이 모든 전모를 밝혀내는 역할이다. 본 슈프리머시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제이슨에게 본명과 생년월일을 알려주는 '핵심을 잘 파악하는',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역할을 한다. 자신의 본명을 들은 제이슨은 역시 멀리서 망원렌즈로 그녀를 관찰하고 있다가 '좀 쉬세요, 피곤해 보여요' 라고 말한다. 아, 이 가슴 뜨끈한 대사라니!
현실적으로 가깝지는 않지만, 딱 한 번 제이슨과 대면하고 그가 내미는 자료를 토대로 트레드스톤을 손보게 된다. 마지막에 '좋은 변호사 구하라'는 그녀의 말이 정말 대단! 부정부패와 비리에 관대하지 않고, 항상 공명정대한 사람, 그러나 우리의 '인생 열라 피곤한' 제이슨 앞에서는 참 속정이 우러나는 캐릭터다.
밤새 일하며 항상 조금 피곤해 보이지만 우아하고 고상한 동시에 심플한 복장이 근사하다. 좀 마른 감이 있지만 그래서 더 철저한 인상을 준다. 캐시미어 니트를 위해 태어난 듯, 상체도 예쁘다.
이렇게 세 언니들의 도움을 받은 우리의 제이슨 본, 그러나 그녀의 마음 속엔 마리 밖에 없더라는.... 흑, 지금도 어디선가 쫓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앜~ 제이슨, 한국에도 한 번 들러줘요!
